1.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中
니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람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울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2.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中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륻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3.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中
가난하다고 해서 외룸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몰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왜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하나다는 것을

 

4. 유치환 ‘행복’ 中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5. 김용택 ‘향기’ 中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 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6. 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中

나는 네가 비싸도 좋으니 거짓이 아니기를 바란다.
너는 네가 싸구려라도 좋으니 가짜가 아니기를 바란다.
만얀 값비싼 거짓이거나

후황찬란한 가짜라면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넘어 가주마.
함부로 애틋하게 속아넘어 가주마.

 

7. 이정하 ‘낮은 곳으로’ 中

낮은 곳에 살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한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8. 비가온다 ‘김민호’中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9. 김춘수 ‘꽃’ 中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